오늘의 주인공은 잔디머리 사장(이하 잔머)이다.
컴퓨터가 대중화된 지 15년이 넘어가는데, 이놈의 회사는 아직까지 20세기에 살고 있어서 결재서류에 인주로 도장 찍어서 결재받아야한다. 당장 결재가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사장이나 회장이 결재할 때까지 보류다.
어제 잔머가 결재올린 서류를 보완해서 다시 결재받으라고 했다. 보완사유는 결재서류에 첨부되어있는 결재완료된 서류의 결재란에 자기 날인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원칙 상 완료된 결재서류에는 사장의 결재도장이 찍혀 있어야하는 것이니 이해는 했다. 이제껏 한번도 결재란에 자기 자신 날인 없다고 반려시킨적도 없었을 뿐더러 저렇게 하나하나 볼줄은 몰랐지만.
이번에 결재올린 서류를 작성했던 A와 그 서류 작성을 위해 자료를 취합한 B, 그리고 이번에 결재올린 서류의 첨부된 기 결재된 서류의 작성자 C가 있다.
그런데 잔머는 이번 결재서류를 A(작성자)가 작성한 게 아니라 B(서류 취합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고있고, A가 결재받으러 갔을 때, B 이름으로 다시 결재 올려라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 B와 C만 잔머를 만나러 갔다.
다음은 B와 C가 잔머를 만나서 대화한 상황을 요약하여 대화체로 정리한 것이다.
[상황 1] 본인도 모르는 서류 담당자
B : 내가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취합한 것은 맞지만, 서류 작성자는 A인데 내 이름으로 다시 결재를 올리는 게 맞는지?
잔머 : 그 서류의 담당은 내가 B라고 이미 말했다.
B : (금시초문) 내가 언제부터 담당이었는지?
잔머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상황 2] 업무의 어려움 호소하다가 정신이 어지러워짐
B : 알겠다. 담당하는 것은 어렵지않다. 그런데 각 팀별로 따로 서류를 작성하면 안되는지? 각 팀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자료 취합에 어려움이 있다.
잔머 : 따로 작성 안된다. 협조가 안되면 사장인 나한테 말하면 되지.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B/C : 자료취합을 위해 이달 25일까지 각 팀에서 제출하라고 하면, 꼭 내달 5일 넘어서 자료를 넘겨준다던지 업무협조가 잘 되지않는 상황이라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잔머 : 회사에서 하라면 해야지, 일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싸우자고 다같이 온 것이냐. (서류를 집어 던지며) 그럼 하지마!
B/C : 네.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사장과 직원의 수직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알고있다. 사장은 직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장의 입장이라는 게 있을거고, 직원은 사장을 대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아니 그럼에도 서류는 집어 던지면 안되지 미친놈이;
폭언으로 고용노동부 신고도 당해본 인간이 뭘 자랑이라고 신고자가 이해 안된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걸로도 모자라 고치려고 노력도 안하다니.
오늘도 퇴사를 다짐한다.
직장 내 괴롭힘
고용노동부 (https://labor.moel.go.kr/)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 이 글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밖에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